"연구원인가, 용역업체인가"… 지자체-출자출연 연구원의 수의계약 잔치
지역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핵심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인 대구정책연구원과 경북연구원. 그러나 지자체로부터 발주되는 수많은 학술연구용역이 이들 연구원에 사실상 '관행적 수의계약' 형태로 맡겨지면서, 연구의 독립성과 계약의 법률적 타당성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 현행 법령의 맹점: ‘특수관계인’과의 쪼개기·수의계약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르면, 공정한 경쟁을 위해 수의계약은 엄격히 제한된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등에서는 수의계약의 요건을 명시하고 있으나, 지자체들은 연구원의 설립 목적이나 업무 특수성, '재난 대응' 혹은 '긴급성' 등의 명목을 내세워 수의계약을 남발하기 일쑤다.
문제는 지자체가 예산을 출자·출연하여 만든 연구기관에 다시 예산(용역비)을 주는 구조 자체가 법적으로 관제용역 수주 및 편법적 지원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민간 학술기관과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수의계약 기준 금액을 맞추기 위한 '용역 쪼개기' 발주 등 관행적 법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법적 허점이 지적된다.
2. 지도·감독 권한과 계약의 쌍방 대립성 충돌
계약법의 기본 원칙은 계약 당사자 간의 대등한 지위와 의사의 합치다. 그러나 대구시·경상북도는 대구정책연구원과 경북연구원에 대해 예산 지원, 임원 임면권, 감사권 등 막강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다.
지도·감독 관계에 있는 지도 기관과 피감독 기관이 용역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의 쌍방 대립성 및 자율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원하는 결과물에 맞춰 연구 결과가 왜곡되거나, 불리한 과업 조건에 대해 연구원이 정당한 법적 제동을 걸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 이는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학술용역 계약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3. '출연금'과 '용역비'의 경계 모호성에 따른 선거법 및 지방재정법 위반 여지
출자·출연기관은 매년 지자체로부터 정기적인 출연금을 지급받아 운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정책 사안마다 별도의 학술용역 예산을 편성하여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비를 지급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상 이중 지원 논란을 부른다.
단순히 연구원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으로 용역 계약이 이용된다면, 이는 지방재정법상 예산 엄정 집행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단체장의 치적 홍보용 연구나 특정 선거 공약 이행을 위한 용역 발주로 이어질 경우 공직선거법상 중립 의무 위반 및 선거 영향력 행사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싱크탱크 아닌 거수기 전락 우려"… 법적 제도 개선 시급
대구정책연구원과 경북연구원이 지역발전을 위한 진정한 싱크탱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하청업체처럼 용역을 수주해 연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연구원 간의 정당하지 않은 수의계약 관행을 근절하고, 연구용역 발주 시 경쟁 입찰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거나 출연금 중심의 안정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등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정부의 입맛에 맞춘 '맞춤형 연구'를 양산하는 수의계약 관행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지방재정 낭비와 정책 부실이라는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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